인문학카페 ‘이끓주’서 글쓰기 수업
경험 없는 회원에게 합평 대신 칭찬
‘막 쓰기’ 후 퇴고할 때 완성도 높여
특별한 요령 없이 본인 스타일 생겨
수업 받고 베스트셀러 작가 등 활동

<UE 칼럼>

윤창영  아동문학·수필가
윤창영 아동문학·수필가

 

 '이야기 끓이는 주전자'라는 말을 들었을 때 참 신선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를 쓰는 나는 그 말을 듣고 상상의 확장성이 아주 넓다고 생각했다. 우연히 '이야기 끓이는 주전자'(줄임말로 이끓주)에 합류하게 되었다. 이끓주는 남구청 부근에 있는 인문학 카페이다. 나는 국문학을 전공했으며 오랫동안 글을 써왔다. 그리고 이끓주에 오기 전 개인 집무실에서 글도 쓰고 책도 썼으며, 글쓰기와 책쓰기 강의를 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나와 이끓주의 컨셉이 비슷하다고 생각해 합류하게 되었다. 

 이끓주에서 많은 이야기를 끓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의미 있었고, 지금도 하고 있는 것이 글쓰기 수업이다. 매주 하나의 주제를 주고 그 주제에 따라 글을 써오게 하는 숙제를 준다. 그리고 모임 시간에 자기가 쓴 글을 읽는다. 글을 쓰고 싶지만, 살아오면서 글을 써본 적이 없는 사람은 지속해서 글을 쓰기 어렵다. 우선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를 모른다. 글은 작가나 쓰는 것이라 생각하고 글쓰기는 어려운 것이며, 이제껏 글쓰기를 하지 않아도 잘 살아왔는데 굳이 글을 쓸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는 매일 말을 하면서 산다. 말을 잘하든 못하든 자신의 의사를 말로 상대방에게 전한다. 하지만 말은 휘발성이 있어 입에서 나오자마자 사라진다. 좋았던 일이나 힘들었던 일이나 지나고 나면 기억에서 잊힌다. 아니 조금씩 조각으로 남아있기도 하는데 나이가 들면 들수록 기억력이 약해져 인생의 많은 기억이 사라진다.

 무언가 아쉬움을 느끼는 부분이다. 자신의 인생이 의미 없이 사라져버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당시에는 그렇게 좋았고 당시에는 그렇게 자신을 괴롭혔던 일들이 기억조차 희미해진다는 것은 분명 아쉬운 부분이다. 좋은 추억은 생각만 해도 흐뭇해진다. 그렇지만 그때의 기분까지 되돌릴 수 없다. 기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힘든 일은 생각만 해도 답답해진다. 하지만 그때의 힘든 상황은 시간이 흐르면서 희석된다. 당시 상황을 글로 써두면 좋았든 느낌이나 힘든 상황을 다시 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좋은 추억의 느낌을 소환하는 것은 이해되지만, 힘든 상황까지 다시 겪게 만든다고?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렇지 않다. 힘든 상황도 인생의 한 부분이다. 당시에는 경황이 없어 심사숙고하지 못했던 부분도 글을 씀으로써 정리가 된다. 글을 씀으로써 과거 자신을 힘들게 했던 트라우마와 직면하면서 힘든 일에 대해 새롭게 의미를 부여할 수 있으며, 그것에서 교훈을 얻기도 한다. 자신의 경험에서 얻은 교훈은 어떤 교훈보다 가치가 있다.

 이끓주 글쓰기 수업의 대부분 회원이 글을 써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무엇을 써야 할지도 모르고 어떻게 써야 할지도 몰라 글의 분량이 나오지 않았다. 다른 곳에서 글쓰기를 배운 사람도 있었는데, 생각을 글로 표현하기를 힘들어했다. 다른 글쓰기 수업에는 보통 합평이란 것을 한다. 합평이란 다른 사람의 글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입을 대는 것이다. 합평이 좋은 점도 있지만, 글을 처음 쓰기 시작하는 사람에겐 독약과도 같다.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의 새싹을 짓밟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글을 쓰지 않다가 큰맘 먹고 글쓰기에 도전했는데, 악평을 들으면 힘이 쭉 빠지고 기분도 좋지 않게 된다. 아무리 힘들어도 글을 쓰겠다는 굳은 마음을 갖지 못한 사람은 쉽게 글쓰기를 포기해버린다.

 그에 반해 나는 합평을 하지 않고 회원이 쓴 글에 칭찬부터 해준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만든다"라는 책이 있듯이 어떤 글이든 칭찬할 부분을 찾아 이야기해 준다. 글쓰기에 대한 동기부여를 강하게 시키는 것에서 글쓰기 지도를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글을 처음 쓰는 사람에게 무조건 '막 쓰기'를 시킨다. 처음엔 내용보다 분량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글을 잘 쓰는 작가라 하더라도 퇴고하지 않는 작가는 없다. 생각을 글로 막 쓰고 난 뒤에 퇴고하는 과정에서 문학성이나 완성도를 높여 나간다. 

 처음 글을 쓰는 사람은 글을 잘 쓰려고 연필에 힘을 준다. 그러면 연필심이 부러져 글을 쓸 수가 없다. 그렇기에 처음에는 무조건 생각나는 대로 쓰라고 요구한다. 어떤 글이라도 막 쓰기를 하면 자신이 쓴 글이 눈에 보인다. 즉 생각을 눈으로 볼 수 있는 '생각의 시각화'가 이루어진다. 눈으로 보고 다듬는 것이 머릿속에 생각만 굴리다가 명문장을 쓰려고 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있다.

 글은 많이 쓰면 잘 쓰게 된다. 시간을 투자하는 만큼 글쓰기도 잘하게 된다. 글은 엉덩이로 쓴다는 말도 있다. 그런데 글쓰기를 이끄는 작가나 선생님이 약간의 조언만 해주어도 글쓰기 실력이 팍팍 늘어난다. 글쓰기의 요령을 스스로 익히게 되는 것이다. 요령이라고 하여 특별히 정해진 것은 없다. 사람마다 자신에 맞는 글쓰기 스타일이 생겨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끓주에서 글쓰기 수업을 한 지 4년이 넘었다. 그 결과 수업을 받은 회원들의 책이 50권 넘게 정식으로 출판되어 교보문고 등 ON-OFF LINE 서점에 깔려있다. 5권의 책을 출간한 작가도 있으며, 베스트셀러 작가도 생겼다. 전문적으로 글쓰기 강사로 활동하는 사람, 등단한 작가도 있다. 신문에 칼럼을 정기적으로 쓰는 사람도 있으며,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는 사람,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는 사람도 있다. 이와 같은 눈으로 보이는 가시적인 결과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회원들은 글쓰기를 재미있어한다. 책을 낸 사람이나 내지 않은 사람 모두 책을 내고 싶어 한다. 이미 낸 사람은 한 권 더 쓰기를 원하고 내지 못한 사람은 올해는 책을 내고야 말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쓰고 있다. 

 이야기 끓이는 주전자에서는 지금 많은 이야기가 끓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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